루이 비통은 새로운 컬렉션을 공개할 장소로 대대적인 리뉴얼을 마치고 오픈을 앞둔 LVMH 그룹 소유의 백화점, 라 사마리텐을 선택했다.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공개한 고풍스러운 공간의 각 층에는 그린 스크린을 설치해 뭔가 심상치 않은 순간을 목격하게 될 거라는 기대감을 증폭시켰다. 쇼는 백화점 꼭대기 층에서 진행했지만, 영상으로 쇼를 감상하는 이들은 스크린에 투영된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<베를린 천사의 시>를 컬렉션과 오버랩할 수 있었다.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이번 시즌 젠더 플루이드에 집중했다. 두 성별의 조화, 가변성처럼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업에 몰두한 것. 오프닝에 등장한 마치 소년 같은 외모의 신인 모델 에밀리 밀러의 모습만 봐도 그의 철학을 간파할 수 있다. 여자와 남자, 누가 입어도 어색한 느낌 없이 잘 어울릴 아이템이 루이 비통 컬렉션을 가득 채웠으니 말이다. 제스키에르는 교묘하게 스포티즘을 느낄 수 있는 클래식한 아우터, 미니드레스를 장식한 파격적인 그래피티 패턴처럼 성별뿐 아니라 시대와 무드를 넘나들며 루이 비통만의 세계를 확고하게 구축하고 있다.